
1. AI 창작물의 법적 공백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분명 창의적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법적으로 그것을 ‘저작물’로 인정할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기존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 행위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AI가 만든 이미지나 글에는 기본적으로 저작권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AI는 학습 데이터로 과거의 인간 창작물을 이용하고,
그 학습 결과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은 통계적 확률에 기반한 계산 행위이기 때문에
‘창의성(Creativity)’을 인정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
AI 제작자, 사용자, 혹은 아무도 아닌지 —
이 문제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 채, 각국은 판례로 해석을 이어가고 있다.
2. 미국의 판례 — “AI는 저작자가 아니다”
AI 저작권 논쟁의 시작은 미국이었다.
2023년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Thaler v. Perlmutter’ 사건에서
AI가 생성한 예술작품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거부했다.
이 사건의 원고 스티븐 세일러 박사는
AI 시스템 ‘Creativity Machine’이 만든 이미지를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하려 했지만,
법원은 “저작권은 인간이 창작한 작품에만 부여된다”고 판결했다.
2024년에는 OpenAI 와 Getty Images 간의 소송이
AI 학습 데이터 사용의 적법성을 놓고 이어졌다.
Getty는 자사의 사진이 AI 모델 학습에 무단 사용되었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고,
OpenAI는 “공정 이용(Fair Use)” 원칙을 근거로 반박했다.
이 사건은 2025년 현재까지 진행 중이지만,
이미 AI 학습 데이터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중요한 법적 선례가 되었다.
미국의 방향은 명확하다.
AI 자체에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되,
AI를 활용한 인간의 ‘선택’과 ‘기여’가 개입된 경우에는
한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3. 유럽연합(EU)의 접근 — 투명성과 책임의 원칙
유럽연합은 AI를 창작자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AI 창작물에 대한 책임의 위치를 명확히 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4년 통과된 EU AI Act 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AI가 만든 것임을 명시할 의무”를 부과했다.
이는 AI 생성물이 인간 창작물로 오인되는 것을 방지하고,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EU 저작권 지침(Copyright Directive)은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데이터 제공자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공정 이용 논리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AI 학습이 타인의 창작물을 이용할 때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럽식 접근은 “창작 보호”보다
“데이터 사용의 합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AI 기술보다 사회적 신뢰와 윤리적 기준을 우선시하는 모델로 평가된다.
4. 한국과 아시아의 법적 흐름
한국은 아직 AI 창작물에 대한 명시적인 법적 조항은 없지만,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특허청이 공동으로
‘AI 저작물 법제화 검토안’을 발표했다.
이 검토안의 핵심은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
“인간이 창작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우에 한해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AI의 출력 결과를 편집·수정했다면
그 작품은 ‘인간 창작물’로 간주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반면 AI가 완전히 자동으로 생성한 이미지나 음악은
저작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일본은 한발 더 나아가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 이용을 폭넓게 허용하는
‘데이터 학습 자유 이용 조항’을 2024년 개정 저작권법에 포함시켰다.
이는 산업적 혁신을 촉진하려는 의도로,
AI 기술 발전 속도를 중시하는 아시아형 모델로 평가된다.
5. 2026년 전망 — 기술과 법의 접점을 찾아서
2026년은 AI 저작권의 표준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AI 창작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국제 협의체를 구성했고,
2025년 말까지 초안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권고안은 2026년 각국의 입법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향은
“AI 생성물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 활용에 인간의 창의적 선택이 개입된 경우에는 보호한다”는 절충안이다.
또한 AI 학습 데이터의 투명성과
저작권 소유자의 수익 배분 구조가 주요 쟁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AI 저작권의 본질은 ‘보호’보다 ‘균형’에 있다.
기술의 발전을 억제하지 않으면서도,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적 틀을 마련하는 것,
그 균형이 AI 시대 저작권법의 가장 큰 과제다.
결론 — 창작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하는 시대
AI가 만든 음악이 사람의 감정을 울리고,
AI가 쓴 글이 수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법은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창의성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AI 저작권법의 진화는 결국 창작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과정이다.
AI가 인간의 도구에서 협업자로 변한 이상,
창작의 주체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니라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이 된다.
2026년의 저작권 제도는 단순히 권리를 나누는 법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과 기술의 기여도를 함께 측정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갈 것이다.
AI는 법의 경계를 시험하고,
법은 그 변화를 따라가며 창작의 의미를 다시 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예술과 기술,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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